휴가철 꼭 알아야 할 안전한 피임법

이름: 내.몸.소
나이: 계란 한판
직업: ‘에디터’라고 쓰고 ‘노가다’라고 읽는다.
취미: 서핑&서칭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피임’ 검색만 몇 시간째.

사귄 지 얼마 안된 따끈따끈한 남자친구가 이번 여름휴가를 같이 보내자는 말을 했을 때,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입을 만한 속옷이 있던가’와 ‘내 마지막 생리일이 언제지’ 였다. 설렘과 불안함이 동시에 공존하는 이 기분은 왜 항상 여자의 몫이던가. 그렇다고 무방비로 거사를 치렀다가 만약에…혹시나…만에 하나…설마…그런 일이 발생하면 그땐 걷잡을 수 없는 인생의 회오리에 휘말릴 것 같은 공포가 몰려온다. 솔로라고 안심하지 말라. 휴가지에서의 하룻밤 불장난은 솔로에게 더욱 짜릿하게 다가오니까.

인터넷 검색창에 ‘피임’ 두 글자를 치면 생각보다 다양한 피임 방법에 한 번 놀라고 천차만별인 성공률에 두 번 놀란다. 피임을 고려할 때에는 개개인의 체질과 몸 상태,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피임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데, 과연 나는 어떨까. 나에게 꼭 맞는 건강한 피임법을 알아보자.

질외사정법(체외사정법): 실패확률 40%

가장 원초적이고 간단한 피임법으로 관계 중 사정 직전에 질이 아닌 바깥에 사정하는 방법이다. 오로지 남자의 의지력으로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맞춰야 하는데, 유약하고 약속시간도 못 맞추는 남자친구를 생각하면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 할 피임법이다.

자연주기법(생리주기조절법): 실패확률 25%

가임 기간에 관계를 피하는 피임법으로 자신의 생리주기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최소 6개월 동안 생리 주기 패턴을 기록해야 한다. 난자는 배란 후 24시간, 정자는 사정 후 48~72시간 동안 수정 능력이 있으므로 배란일을 계산한 후 전후 일주일 간은 조심하는 게 좋다. 하지만 미친 여자 널뛰듯 하는 나의 생리일을 정확히 맞추는 것은 불가능이기에 이것도 패스!.

콘돔&살정제: 실패확률 2%~15%

가장 일반적이고 손쉬운 방법으로 바르게 사용하면 실패확률이 2%로 떨어진다. 부작용이 없고 성병도 예방된다. 하지만 클라이맥스를 향해 내달리고 있는 뜨거운 순간, ‘잠깐만’ 하고 까고 끼우고 잘 못해서 낑낑거리고 결국 분위기 망(亡). 절대 네버스탑 할 수 없는 우리에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피임법이다. 또 그렇게 잘 찢어진다고.

살정제는 사정된 정자의 활동을 약화시키거나 죽이는 화학물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좌약식 살정제만 판매 중인데 솔직히 화학물질이라는 것과 좌약식이 마음에 걸린다. 게다가 효과를 발휘하는 시간과 체위가 한정적이라 피임효과가 떨어진다고 하니 쫄보인 나에게는 부적합하다.

자궁 내 장치(미레나): 실패확률 0.1%

루프와 호르몬 요법의 장점을 합쳐놓은 피임법으로 제품명인 ‘미레나’라고 통상 부른다. 매일 극소량의 프로게스테론이 자궁에만 작용해 자궁내막을 지속적으로 얇게 유지해 임신을 방지하는 원리로 생리과다인 경우 치료방법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므로 생리가 줄거나 없어져도 부작용이 아니며 장치를 제거하면 원래대로 돌아온다. 하지만 산부인과에서 받아야 하는 시술이고, 시술 후 몇 달 간 불규칙한 출혈이 있을 수 있다고 하니 왠지 겁이 난다. 내가 시술을 받아야 할 만큼 남자친구와 자주 관계를 갖는 건 아니므로 일단 보류하기 한다.

응급피임약: 실패확률 5%~42%

휴가철에 가장 많이 팔리는 피임약으로 응급피임약은 반드시 산부인과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며, 관계 후 72시간 이내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응급피임약을 24시간 안에 먹지 않으면 효과가 급감하므로 최대한 빨리 먹어야 한다. 하지만 피임약 40-50알을 한번에 먹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니 응급피임약으로 일상적 피임을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래도 준비 없이 예상치 못한 관계를 가진 후라면 잊지 말고 반드시 실행하는 피임법!

이외에도 피임주사, 피임패치, 불임시술, 피하 이식 피임 장치 등 다양한 피임방법이 존재하지만,부담스러운 시술이거나 가성비가 떨어지는 주사나 패치 또한 보통여자인 나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 제외하고 결국 선택한 것이 바로 가장 무난하고 일반적인 피임약 먹기 즉, 경구피임약이다. 여름 휴가 시즌을 위해 5월부터 꾸준히 복용하며 작은 변화까지 느껴보는 걸로.

경구피임약: 실패확률 3%

자연피임법을 제외하고 여성이 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피임법이다. 경구피임약은 합성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함유하고 있으며 배란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경구피임약을 복용하기 전

혈전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우선 산부인과에 가서 의사와 상담 후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가서 피임약을 구입해서 바로 먹기 시작! 경구피임약은 21정과 28정 두 가지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1정만 판매되고 있다.

복용 방법

일반적으로 생리를 시작한 첫날부터 21일간 하루 한 알 표시되어 있는 순서대로 복용한다. 21알을 다 먹으면 7일 동안 쉬게 되는데 그때 생리가 시작된다. 이후 8일째부터는 아직 생리 중이어도 다시 새롭게 21알을 복용해야 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먹는 것이 좋다고 해서 알람 설정해놓고 아침 식사 후 복용.

경구피임약 한달 먹어보니,

장점

  • 매일 빠뜨리지 않고 정확히 복용할 경우 피임의 효과가 높다.
  • 남자친구와 상관 없이 피임이 가능하며 관계 시 전혀 영향이 없다.
  • 일주일간 약을 복용하지 휴약기에 생리를 하니 생리가 규칙적으로 바뀌었다.
  • 생리 기간이 짧아지고 생리양과 생리통이 줄어들었다.
  • 안드로겐의 작용을 억제해 피지조절이 되어 피부 트러블이 줄어들었다.

단점

  • 복용 초기에는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속이 메스꺼웠다.
  • 소량의 출혈이 있었다.
  • 아침마다 손과 발이 붓는 느낌이 들었다.
  •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복용할 끈기가 필요하다.

총평

남자친구와 피임에 대한 불편함 없이 평소대로 관계를 갖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던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붓고 종종 속이 메스꺼웠지만 석 달 째 되니 증상이 많이 사라졌다. 무엇보다 관계 후 불안감이 사라져 너무 편했다. 하지만 어떤 약이라도 장복은 안 좋다고 생각하므로 콘돔과 병행하며 사용할 예정이다.

경구피임약에 대한 속설

경구피임약을 오래 먹으면 불임이 된다.

  • 피임약의 호르몬 성분은 몸에 축적되지 않고 복용하는 주기에만 작용한다. 피임약을 중단하면 다시 정상 생리주기를 되찾게 되는 것은 물론 건강한 임신과 출산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정호진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피임생리연구회 회장)

피임약을 먹으면 살찐다.

  • 복용 초기에는 호르몬에 의해 체내 나트륨 농도가 높아져서 몸 속 수분 함유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붓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피임약 자체가 체중 증가를 유발하지는 않는다.

남자들은 여전히 자기만족을 위해 피임을 꺼리고 이로 인해 여자들은 전전긍긍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상대방에게 시원하게 피임을 요구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최소한의 자기방어로 여성이 할 수 있는 피임방법을 한가지라도 시도해야 한다. 지금도 분위기에 취해 대책 없이 피임을 놓아버린 당신에게 고하노니, 순간의 쾌락이 인생을 망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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